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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動/롯데 자이언츠 2011

20110915 - 야구도시 부산의 영웅 최동원을 추모하며....


최동원 사망

최동원 선수가 죽었다. 그 최동원이...

무쇠팔 최동원, 아버지의 영웅 최동원.

그 이름 석자는 고스란히 롯데의 84년 우승과 오버랩되는 롯데팬 & 야구팬들 많으시겠지만,

나게게 있어 최동원 하면 두 개의 이미지가 우승보다 먼저 떠오른다.

하나는 롯데 시절 한참 잘나갈 때로 기억되는데, 어떤 토크쇼에 출연한 모습.

스포츠 스타 소비하는 방송은 다 거기서 거기지만, 이것저것 쓰잘데기 없는 질문 (이라고 기억한다. 사실 구체적인 질문 내용은 생각도 안나지만,)  끝에

 Q : 프로야구 선수들의 높은 연봉이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그때까지 웃음을 추임새로 농담 하는 분위기에서 갑자기 정색하며) 프로야구 선수가 많이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부 주전급 선수에 한정된 이야기고, 그렇게 받는 주전급도 다른 분들이 사회에서 기반을 잡아가는 나이인 30대 초반이면 그만두고,
 야구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말 그대로 무에서 시작해야합니다...........


어린 나이로 내겐 너무 어려운 말이였지만, 그 이후로 최동원이 아버지의 영웅이 된 것은 분명히 기억한다.

10할을 치던, 한 경기 삼진을 27개를 잡고, 한시즌 40승을 하던지 그건 둘째문제다.  

잘나갈 때 눈 감으면 편하지만, 욕 먹어가면서 어려운 동료와 후배를 도와준 것,

그것이 개인적 동정이 아니라 노조 - 협회라는 구체적인 구조 개선이였다는 것,

그래서 아버지에겐 최동원은 영웅이였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4승을 하고, 강철어깨가 너덜너덜해지도록 충성했던 구단에게 팽 당하고,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 vs 삼성전.

1이닝 채 안 봤다고 기억하는데, 깊은 한숨을 쉬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 저이도 인간이구나."

그때까지는 어찌어찌 무실점. 공은 별로 좋지 않았고,

롯데 타자들이 삼성 유니폼을 입은 아버지의 영웅을 난타하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는지 TV 끄신 이유를 추측 해본다.

구단의 일방적인 일처리에 그 대단하던 최동원도 어쩔 수 없이 팀을 옮겼다.

한국시리즈에서 4패를 안겨 주었던 팀 유니폼을 입고 롯데를 상대로 던지는 아이러니에 더해

그가 주장하던 선수협(노조)의 중요성을 그 자신이 증명하는 아이러니라니.....

그 최동원이 죽었다.

"아... 저이도 인간이구나."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또 그런 말씀 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추모 다녀오면서, 롯데가 영구결번 & 최동원의 날 제정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 나오는 것도 쓰자면 "명예감독", "우승 최적기(프론트 주장)인 올해 V3 하는 것" 까지.....

핀트가 약간 어긋나는 것 같은데, 그 양반 "롯데 감독"을 하고 싶어했지 "명예감독"을 하고 싶어했던 것 같지는 않고,

V3도 자신과 같은 전도유망한 에이스 어깨 부수고 하는 것이라면 싫어할 것은 당연하고,,,,

최동원 이름 3자 들먹이면서 희생 강요할 감독 있으면 공개적으로 "백정"이라고 부르겠다.

영구결번은,,,,, 살아 생전 참석해서 하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이건 때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이니 누구 탓할 일은 아니고,

아무도 "선수노조"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것이 진짜 고인이 바랬던 것일텐데,,,,,

 

감사합니다. 덕분에 어린 시절이 행복했습니다.

거지 같은 구단이라고 가끔 생각하지만, 연 안 끊는 건 그래도 롯데감독 한번 하고 싶다는 말씀을

롯데 안 버린다는 말씀으로 알아들었기 때문입니다.

푹 쉬시길....  에이스.



막짤... 막상 국화 한송이 올리고 방명록 쓸 때는 담담하다가

돌아가는 길 만난 나를 울컥하게 만든 롯데팬 아저씨.

"추모 가는 길이세요?"

"예"

그래. 이게 야구팬의 추모 복장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