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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辯/책

애드가 앨런 포를 위한 찬가 "아메리칸 보이"


 재놓고 안 읽은 책 중에 앤드루 테일러 장편소설 "아메리칸 보이"를 택하게 된 이유는 크게 2가지 이유인데, 저 자신이 에드가 앨런 포의 광팬이라는 것 하나, 기대했던 존 쿠샥 주연 "레이븐"이 소문으론 폭망이란 이야기가 들려서 그렇다면 책이라도,, 라는 생각. 굉장히 두꺼운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지만, 챕터가 자잘하게 나눠져서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읽기에는 딱이란 것도 여름 한철 가방 안에 필수품이 된 이유. 전개 자체는 굉장히 느린 셈인데, 중반 이후로 들어가면 책 앞에서 제공된 퍼즐이 들어맞아가면서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


1. 그 시대의 여러가지 시대상을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반영. 초반에는 이걸 읽는 재미였는데,,, 그시대의 인공치아라던가 - 인플란트의 먼 선조인  - , 냉장고 이전의 얼음창고, 얼음과 음식물을 동시 보관하는 지금의 냉장고와 다름이 없지만, 전기회로로 얼리는 형식이 아니라 겨울에 언 얼음을 보관하는 말 그대로 창고가 되므로 독립된 건축물이 되는,,, 영국과 미국의 관계, 영국 내에서 흑인들에 대한 인식을 촘촘하게 엮어 이야기를 만들었다. 아마도 그 시대의 대부분의 작품 - 치과의의 전공서적이나 얼음창고에 관한 건축서를 제외한 문학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묘사가 아닐까 싶은데, "세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정작 세익스피어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깃털펙에 대한 묘사 - 깃털펜으로 쓰다 칼로 깍아서 가공하고, 다 쓴 후 종이에 압지용 모래를 뿌리는 - 는 이런 고고학적인 궁금증을 충족시키면서 작가가 시대고증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장치.


2. 에드가 앨런 포의 광팬이라면 좋아할 작가의 생애를 다룬 작품. 내용은 노골적이지 않고, 그의 존재가 사건의 단서 쯤으로,,, 형식은,,,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을 오마쥬하고 있다. 어떤 작품이라고 말하면 스포가 되려나? 예를 들어 화자가 바뀌는 방법이라던가?  사립교육기관에서 만난 쌍둥이 처럼 닮은 친구, 단 처음부터 달려가는 포의 작품과는 달리 잔잔하게 중첩시켜서 마지막에 터트리는 방법이라서 더욱 빛이 나는,,,, 에드가 앨런 포의 생애, 그 인생의 마지막 부분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더욱 재미날 여러가지 묘사가 책 안에 숨겨져 있다. 에드가 앨런 포 선집이나 그의 생애 정도는 읽고 들어가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시리즈 물의 전작을 보지 않고 후속작을 봐도 되지만, 자잘한 재미는 놓치는 것처럼 이 책도 애드가 앨런 포의 생애나 작품을 모르고 읽으면 여러 재미를 흘려보낼 가능성이 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