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설 辯

영광의 상처




고려 시절 강진에서 불의 세례를 받고 태어난 이 자기는

  사용하던 귀족이 죽자 무덤의 부장품으로 개성 외곽 어디쯤 무덤 안에서 몇백년을 동면하게 된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고

  그 조선도 힘이 달려 이름만 거창한 대한제국이 들어서고,

  그 제국도 망한 후

  영원의 잠을 자는 이 자기를 깨운 것은 도굴꾼.

  "조선에 이런 자기가 있단 말인가?" 라는 고종의 말처럼

  고려청자의 정의조차 모르던 시기.

  부산에서 무역에 종사하던 일본인 상인에게 비싼 값에 흘러들어가고,

  애지중지 하던 그 상인은

  철 모르는 아들이 깨어버린 이 자기를 배에 실어 보내 일본의 수리업자에게....

  금을 써서 실로 호쾌하게 수리해 버린 장인의 솜씨.

  실로 운명의 장난인지 다시 부산의 일본인 상인의 손에 들어온 것은

  태평양 전쟁이 한참인 1945년 7월경.

  한달 후, 일본은 패망하고 조선내 재산을 동결당한 상인은 여비라도 벌어볼 생각으로

  훗날 동아대 이사장이 되는 ***씨에게 고려청자를 넘기는데......

 

  는 순전히 박물관을 거닐다 한 제 상상이고요.




2012/08/09 - [일상다반사 生/보다 - 見] - 20100512 - 동아대 박물관 (임시수도 행정부청사)


2010/10/12 - [일상다반사 生/보다 - 見] - 20100512 - 동아대 박물관 (임시수도 행정부청사)



  금이가서 수리를 맡긴 이상

  상품 - 도자기의 가치는 많이 떨어졌지만,

  "그릇"으로의 가치는 오른 것이 아닐까란 의견입니다.

  청색과 금색의 절묘한 조화

  저 그릇에 어울리는 음식은 소박하면서 단순한 백색.

  무우절임이나 삶은 두부... 껄껄껄

  저 땜자국을 보면서

  저 그릇을 골동품점에서 만나지 못한 것이 슬펐고,

  그나마 박물관에서 만난 것이 조금 기뻤습니다.

  세익스피어의 헨리5세의 대사처럼

  성 크리스핀 축일에 상처를 보이며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겸손한 노인들처럼

  저 그릇을 사랑했던 마음은 영원히 기억하고 싶네요.
  


" This day is call'd the feast of Crispian.
    He that outlives this day, and comes safe home,
    Will stand a tip-toe when this day is nam'd,
    And rouse him at the name of Crispian.
    He that shall live this day, and see old age,
    Will yearly on the vigil feast his neighbours,
    And say 'To-morrow is Saint Crispian.'
    Then will he strip his sleeve and show his scars,
    And say 'These wounds I had on Crispian's day.'
    Old men forget; yet all shall be forgot,
    But he'll remember, with advantages,
    What feats he did that day. Then shall our names,
    Familiar in his mouth as household words-
    Harry the King, Bedford and Exeter,
    Warwick and Talbot, Salisbury and Gloucester-
    Be in their flowing cups freshly rememb'red.
 
  오늘은 크리스피안의 축제라 불린다.
 오늘 살아남아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자는
 이 날이 불리워질 때 발끝으로 일어서서
 크리스핀의 이름으로 축배를 들리라.
 오늘 살아남은 자는 노인이 되어
 매 년 그의 이웃과 밤새워 축제를 벌이며 이렇게 말하리라
 '내일은 성 크리스핀 축일이오'
 그리고 그의 소매를 걷어올리고 흉터를 보여주며 말하리라
 '이 상처는 내가 크리스핀 축일에 얻은 것이라오.'
 노인은 망각하지만, 모든 것을 잊더라도
 그가 그 날 무슨 공을 세웠는지는 언제까지나 기억하리라.
 우리의 이름들, 귀에익은 단어들처럼 그의 입에 익숙한 -
 헨리 왕, 베드포드와 엑시터, 워릭과 탈봇, 솔즈베리와 글러스터 -
 이런 이름들이 그들의 넘칠 듯한 건배 사이에서 생생하게 기억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