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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生/먹다 - 食

20100715 - 진주냉면



 총 8장입니다.  

 가을밤은 길었다. 규와 태영을 앞에 하고 쿠사마의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몰랐다. 이야기하는 도중 쿠사마는 배가 고프다고 가까이에 있는 냉면집에다 냉면을 시켜 오게 했다. 한줌밖에 안 되는 모밀 국수에 볶은 고기를 가늘게 썰어 넣어 배와 생강으로써 맛을 여민 육수로 된 이른바 진주냉면이 쿠사마의 호물이었다.

 "이 냉면 기가 막혀."

 쿠사마는 한꺼번에 두 그릇을 먹곤

 "진주를 떠나면 영영 이 맛있는 냉면을 못 먹게 될 텐데."하고 숙연히 한숨을 지었다.  

                                                                                                                                                                                    이병주 - 지리산 중  


  북한이 평양냉면과 꼽았다는 원문을 찾으려 했으나, 문득 진주냉면 한번도 못 먹은 인간이 꼽은 것은 의미가 없는 듯 해서 이병주의 지리산에서 한 구절 꼽았습니다. 글쎄요. 이 양반 일본이나 서울에서 지낸 시간이 많은 데다가 음식 묘사가 그리 먹음직하지 못한지라..... 같은 구절이라도 다른 작가라면 침 넘어감직한 대목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일단 오늘 먹은 감상은  

  1) 면 :  모밀면  

  2)
육수 : 옛 기억보다는 해물 맛이 약하더군요. 일반 냉면집 육수를 내는 것으로는 사골 육수 베이스에 해물 + 인듯 한데, 비율이야 며느리도 모르는 것이니.... 건새우와 조개류는 확실히 들어간듯 한데, 으음.... 그리고 국물이 차지가 않습니다. 옛날에도 석빙고에 얼음을 저장해서 여름에 즐겼다고는 하지만 대중음식에 들어갈만큼 값싼 얼음은 없었죠. 진주냉면 국물의 미묘한 맛이 얼음 동동 띄운다면 죽을 듯한 그런 맛이라..... 일반적인 여름에 시원한 맛으로 즐기는 면은 아닌듯 해요.  

  3)
고명 : 보신 그대로....  고명과 면의 비율이 지금보다는 많았던듯, 대학가 주변에 터를 잡은 터라 어쩔 수 없겠지만, 살짝 아쉬운 감이 드네요. 진주냉면의 컨셉은 고명이 면을 빛내는 조연이 아니라, 공동주연 정도의 위치인데........ 일반 냉면에 비한다면 많은 고명이지만, 적당한 타협을 한듯.... 저한테는 아쉬운 면입니다.  

 
 이것이 섬진강 동쪽의 면입니다.  +_+  

 +  

 알듯 모를듯 중독성 있는 국물  
 양과 가짓수는 최고인 고명    

 -    

 평양냉면과 밀면의 선점으로 차야 한다는 편견    

 


 북평양, 남진주로 냉면의 양대산맥이였지만, - 북한 아이들이 꼽은 "조선의 민족전통"
  
 재료가 많이 들고, 맛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 대중화에 실패한 - 그러나 매니아들이 명맥을 이어나가는 면이죠.

 지리산 근처에서 많이 먹었죠. 할아버지 어렸을 때만 해도 이게 "냉면"이였는데,

 평양식 냉면이 평정한 다음에 "진주냉면"이라고 부른다면서 통탄하셨던 기억이......

 
 

 
  진주냉면의 특징은

 1. 국물 - 마른 홍합이나 새우 등 해물로 만들기에 맛 내기도 어렵고 맛 들이기도 힘들어요. 예를 들어 붉은 고추 안들어간 해물탕을 상상해보시면, 꽤 까다로은 조합입니다.

 2. 고명 -  고명의 양과 종류에선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배, 오이, 무채, 편육, 삶은 달걀 정도는 공통이라 해도 버섯이 + 되고, 육전이 들어가는데, 육전이라면,,, 잘 모르시는 분도 많지만, 쇠고기에 계란피를 입혀 전처럼 먹는 것을 말해요. 전 제사음식에 항상 올라와서 다들 아시는 줄 알았는데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3. 면 - 평양냉면의 메밀면이 아니라 밀면의 면과 비슷합니다. 둘을 적당히 섞은 느낌인데, 옛 기억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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