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구례 팸투어에 참석하면서 구례와의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이번 가을, 구례 - 곡성 2박 3일 팸투어가 있었고, 저도 참석하게 되었지요. 일정 관계 상, 시간을 내기 위해 그 전날밤까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일을 끝내니 새벽 5시였습니다. 시간에 맞춰 가려면 7시에 부산을 떠나는 버스를 타야 했기에 잠을 못 자고, 짐을 쌌습니다. 이렇게 밤을 새가면서 팸투어에 참여한 이유는 구례 곡성이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 일정은 섬진강변 대숲입니다. 길다란 대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언뜻언뜻 보이는 섬진강이 너무나 낭만적인 분위기입니다. 구례는 차 산지로 유명한데, 차나무를 대나무 아래에서 키웁니다. 이곳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늘에서 차 나무는 빛을 더 받기 위해 잎을 키웁니다. 대나무 속은 온통 차나무가 숨어 있지요. 차꽃은 가을에 피는 꽃입니다. 흰 잎에 노란 꽃술의 차꽃을 대나무 숲 속에서 찾습니다.
운조루 대문 위에는 호랑이 뼈가 걸려 있습니다. 그 옛날 운조루에 살던 선조는 무인이었다고 합니다. 활을 쏴 호랑이를 잡았는데, 그 가죽을 임금에게 진상했지요. 남은 뼈는 자신이 살던 운조루 대문에 걸어두었습니다. 호랑이 뼈가 걸린 고택은 그 자손에게 전해졌습니다. 저희가 찾았을 때, 운조루 마당은 가을볕에 고추를 말리고 있었습니다. 몇백 년 고택은 온통 기품으로 가득합니다.
운조루는 구례의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정신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낡은 고택은 다른 지방에도 있지만, 가난한 이웃을 배려한 운조루의 정신은 온전히 구례의 것입니다. 이곳의 굴뚝은 아주 낮게 만들어졌습니다. 불편한데도 이렇게 낮게 굴뚝을 깐 이유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입니다. 굶주린 사람에게 밥 하는 연기마져도 자랑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년된 쌀독은 다른 사람들도 가져 갈 수 있다는 "타인능해"가 써져 있습니다.
연곡사는 여러 번 소실되어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옛날의 영광을 보여주는 것은 돌로 만든 승탑이지요. 두 개의 승탑은 동쪽에 있다하여 동승탑, 북쪽에 있다하여 북승탑으로 불립니다. 동승탑은 통일신라 때, 북승탑은 고려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지요. 정과 망치 하나로 단단한 돌을 자유자재로 다룬 솜씨는 놀랍습니다.
연곡사 다음은 피아골입니다. 아직 단풍은 멀었습니다. 그래도 미리 든 단풍을 발견하고 사진 한 장을 남겨 봅니다. 고즈넉한 숲길은 골짜기 위로 나 있습니다. 아래로 들리는 졸졸 거리는 물소리를 따라 한동안 걷습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온몸을 휘감는 공기는 도시의 그것과 확연하게 다릅니다. 걸을 동안,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다음은 목재문화체험관입니다. 잘라진 나무를 레고 조립하듯 만드는 과정입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체험자들이 목재문화체험관에 오는데, 나무를 사이즈에 맞춰 자르는 것은 초보자에게 쉽지 않으니까요. 연장을 쓰다 다칠 수도 있고, 자칫 비싼 나무를 버릴 수도 있습니다. 본드로 형을 맞추고 못을 박아 마무리합니다. 실용적인 티슈케이스. 두고두고 쓸 수 있어 좋습니다.
방산서원을 지나 윤문효공 신도비를 향합니다. 죽어 사당에 배향되고 자신의 묘 앞에 신도비가 세워졌으니 선비로서는 최고의 영광을 누린 것이지요. 받침석의 조각도 살아있는듯 생생합니다. 비석을 지고 있는 거북이는 꿈틀대는 꼬리까지 표현했더군요. 첫날 일정은 여기 까지입니다. 바쁜 일정이 끝나면, 하나 하나 상세하게 여행기를 써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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